설문조사는 축제의 환경적 지속가능성 모니터링에서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요.
가장 중요한 기능은 축제 참여자와 공연자의 '이동과 교통', '숙박' 등에 대한 행동 유형과 구체적인 값을 가늠하는 일이에요. 이 값을 평균으로 변환하면 해당 영역에서 발생된 탄소배출량을 추정하는 기초자료가 돼요. 현재로서는 설문조사가 이동과 교통, 숙박에 대한 정보를 취하는 데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여요. 교통 관련 모니터링 서비스(예를 들면 알뜰교통카드), 지도앱, 레저활동이나 여행 기록 앱 등과의 연계를 통해 직접 데이터를 구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어요.
두 번째 기능은 축제 참여자와 공연팀의 '특성(성별, 나이 등과 같은)', '기후위기와 관련한 생각과 태도', '축제에서의 경험'을 함께 살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에요. 축제 참여자의 일반적인 특성과 축제에서의 경험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피면 마케팅 리서치에 가까운 도움을 얻을 수 있어요. 축제 경험과 기후위기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분석하면, 축제 참여자 관점에서 축제와 기후위기의 연결점에 대한 숙고를 도울 숫자를 마주하게 될 거예요.
더 나아가서 '이동과 교통', '숙박'과 이들 결과를 함께 고려하면 축제 경험을 중심에 두고 탄소배출량을 어떻게 재고, 줄여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에 도움 받을 수 있어요. 탄소배출을 줄이는 경험이 어떻게 축제 경험의 중요한 일부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도 얻게 돼요.
설문조사는 사람의 마음을 숫자에 묻히는 일이에요. 숫자에 묻히면, 흔들리는 마음을 잠깐이나마 붙들어 볼 수 있고, 다수의 생각을 모자르게나마 한 데 다루어 볼 수 있고, 수가 가진 특성을 이용해 이렇게 저렇게 붙이고 나누어 생각을 유추해 볼 기회가 생겨요. 잘 묻어 났을 때의 이야기예요.
어떻게 잘 묻어나게 할 수 있을까요? 잘라 말하기 어려울 때, '브루잉(brewing)' 얘기를 빗대어 해요. 브루잉은 커피 원두가 지닌 풍미와 향미 성분을 물에 녹이는 일이에요. 도구도 다양하고, 레시피는 헤아릴 수 없어요. 뜨거운 물만 사용하지 않아요. 차갑게 우려내기도 해요. 어떤 도구와 접근이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낼까요? 똑 부러진 답이 어려워요. 브루잉하는 사람의 경험과 내공, 도구, 레시피가 한 쪽 접시에 오르고, 마시는 사람의 경험과 감각, 취향이 다른 한 켠에 올라 좋은 밸런스를 만들면 잘 브루잉된 좋은 커피가 한 잔 만들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조사하는 사람의 경험과 역량, 방법론이 조사 결과를 활용할 사람의 경험과 역량, 쓰임새와 좋은 균형을 만들면 좋은 조사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 균형을 위해 수많은 연구 결과와 지침이 있지만, 지침이 조사를 만들지는 않아요. 설문조사는 엄밀한 실험보다는 브루잉에 더 가까워요. 조사와 관련된 이론적 제안과 충돌이 이루어지던 20세기 중반을 훌쩍 지나온 지금 설문조사는 학學이라기 보다 술術에 가까와 보이기도 해요. 과욕도, 폄하도 말고 좋은 균형을 향한 여정을 나서는 용기를 내봐요.
설문조사를 운영하는 방법은 둘로 나누어 볼 수 있어요. 축제 운영진이나 모니터링단이 직접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방법, 그리고 외부 조사 전문업체에 의뢰하는 방법이에요.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축제 운영진의 상황과 판단에 달려 있고, 반드시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보기 어려워요.
외부 조사 전문업체에 의뢰하는 방법은 예산의 확보가 가능하다면, 축제 운영진으로서는 내부 자원이 가장 적게 들고, 업체의 전문성에 의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에요. 조사 수행부터 결과 분석까지 모두 의뢰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조사 수행만을 의뢰하거나(결과는 축제 운영진이 분석), 조사 설계와 결과 분석만을(조사는 축제 운영진이 수행) 의뢰할 수도 있어요.
축제 운영진이나 모니터링단이 직접 설문조사를 하거나 외부에 의뢰하는 경우 모두 '설문조사'라는 업무를 다른 축제 운영 과정과 상대적으로 독립적으로 '외부'에 두게 된다는 점은 대개 동일해요. 하지만, 직접 설문조사를 수행하기로 한 경우라면 한 가지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축제 운영 과정에 적극적으로 설문조사(또는 축제 관련 행동과 경험에 대한 모니터링)를 '내장(built-in)'시키는 선택지예요.
축제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기부'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는 방법이에요. 자원활동가를 모집하는 프로세스와 유사하게, 축제 참여자(유료라면 티켓 구입자) 중 설문참여를 통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축제 운영진에 제공할 이들을 200~500명 범위에서 사전 모집하는 거예요. 설문 응답의 질적인 개선이 가능하고, 조금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게 돼요. 축제 전, 축제 참여 중, 축제 참여 후와 같이 시점을 달리해 동일한 참여자들에게 설문을 진행할 수도 있어요. 이와 동시에 새로운 축제 지지그룹과 의사소통 채널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별도의 설문부스를 마련하지 않고, 문자나 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조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축제 운영진 내부의 행정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요돼요. 그럼에도, 조금 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축제 참여자 데이터에 기반한 축제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면에서 두드러지는 이점이 있어요.